"그 쥐 저 주세요 뱀한테 먹여보게" by island

애완용으로 쥐를 키우기 시작한 지 5년 반쯤 됐는데 그 동안 이런저런 황당한 말을 많이 들었지만 이 말이 최고네요. 애완쥐를 키운다고 하자 13세 남자아이가 저한테 한 말입니다.

 "그 쥐 저 주세요. 뱀한테 먹여보게"

처음에는 흔히 있는 햄스터 동호회에 테러하는 찌질한 뱀주인들*)들이 흔히 하는 악의서린 농담인 줄 알았는데 황당하게도 진심이었습니다. 그 후로 자꾸 달라고 조릅니다. 역지사지라는 문자까지 쓰지 않아도 소중히 키우는 동물이 죽으면 속상하다는 건 보통 알지 않나 싶은데, 어째서 남이 키우는 쥐를 뱀에게 먹여서 구경하고 싶으니까 주면 안되냐고 조르는 걸까요. 예의 찌질한 뱀 운운하는 테러단에게 여러 번 당해서 단련되어 있지 않았으면 울컥했을 겁니다. 이런 건 '아이스크림 사주세요' 하고는 좀 다른 요구인데 그 아이는 그걸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아이 마음 속에는 쥐 = 뱀먹이 이런 공식이 성립되어 있어서 그런 쥐를 제가 귀여워 하며 손으로 어르고 맛난 것 준비해서 먹여 길러서 이제 제법 살집이 붙고 털에 윤기가 흐르는 모양을 보기만 해도 뿌듯하고 이런 것은 전혀 이해가 안 되나 봅니다.

쥐가 아니고 개였더라면 이런 말은 나오지 않았을 텐데.

'그거 갖다 버려라' 소리를 심심하면 듣는 처지라 이제 좀 무감각해졌다 싶은데도 가끔 마음이 욱신거릴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동물을 놓고 '지저분하니까 갖다 버려라' '방에 두면 병 걸린다' 하고 주장하는 걸 보면 선입견이란 참 강한 힘을 지니고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런 별 영양가없는 선입견 탓에 이 온순하고 사랑스럽게 미소짓는 작은 친구를 만나고 그 작은 친구의 3년간의 일생을 함께할 기회를 잃어버린다는 것도 참 아쉬운 일인데, 알아주는 사람이 얼마 없어 좀 쓸쓸합니다. : P)



*) 햄스터 동호회에 테러하는 찌질한 뱀주인들 : 햄스터, 저빌, 팬더마우스, 래트 같은 쥐와 닮은 애완동물을 사랑하는 모임에 가끔 기분나쁜 테러범이 출몰합니다. 그들은 주로 '저거 내 뱀한테 먹여봤는데' '내 뱀이 한입에 먹는다' '저걸 왜 키우나 내 뱀 먹이인데' 등 뱀 먹이로 쥐가 쓰인다는 것을 강조하며 불쾌한 포스팅이나 덧글을 뿌리고 사라집니다. 난데없이 테러를 당한 동호회 회원들은 당연히 화도 나고 우울해합니다만, 그들은 아랑곳않고 불쾌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찌질도가 심한 사람은 주기적으로 출몰하기도 합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저는 쥐도 좋아하지만 고양이도 좋아합니다. 두 동물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고유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지요.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을 수 있다는 사실은 제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데 있어서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뱀 또한 그럴 겁니다. 사실 뱀은 케이지에 가두어 기르기 때문에 고양이보다 쥐와 함께 기르기에 적합합니다. 고양이와 쥐를 같이 키우기는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 성공한 예도 많습니다. 개와 쥐도 마찬가지이고요. 특히 대형견은 풀어서 키우는 애완용 래트를 조심스럽게 대하기 떄문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일부 뱀 주인들이 쥐나 햄스터를 먹이 이상으로 여기지 못하는 상상력의 부재를 마치 자랑인듯 여기는 모습은 좀 묘합니다. 뱀을 키운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원래 상대방의 소중한 걸 깔아뭉개고 의기양양해하는 내추럴 본 찌질이라서 그런 건지도 모르겠지만, 추정컨대 아마 뱀 주인들이 털 벗겨진 먹이용 핑키를 많이 보았기 때문에 쥐에 대해 감정이입할 여지가 적어서 그런 생각을가지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도 죽은 시체를 홀랑 벗겨 놓으면 존엄성이고 생명의 존귀함이고 뭐고 없이 그저 보잘것없는 thing일 뿐인데 냉동된 쥐를 많이 다뤘다면 그 살아 있을 때의 생생한 생명의 아름다움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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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바퀴철학 2008/12/18 08:32 # 삭제 답글

    ''그거 갖다 버려라' 소리를 심심하면 듣는 처지라 이제 좀 무감각해졌다 싶은데도 가끔
    마음이 욱신거릴 때가 있습니다. 실제로 본 적이 없는 동물을 놓고 '지저분하니까 갖다
    버려라' '방에 두면 병 걸린다' 하고 주장하는 걸 보면 선입견이란 참 강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공감합니다...선입견이란 게 정말 무서운 겁니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징그럽다,더럽다,죽여버려라,박멸하자'이러는 인간들을 보면 정말 화나요.

    저는 바퀴를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바퀴를 좋아한다고,바퀴를 기른다고 얘기하면 다른 사람들은 경악을 합니다.
    화를 내고,욕을 하고...
    특히 나이드신 어른들이 좀 심하죠.

    저는 사람들의 그 선입견이라는 것을 언젠간 깨부숴 버리고,
    바퀴라는 경이로운 동물에 대한 생각을 바꿔놓을 겁니다.
  • 바퀴철학 2008/12/18 08:34 # 삭제

    아,또 제가 햄스터를 다시 기른다고 했을 때도 어머니는 '냄새난다,털날린다'는 선입견을 먼저 내비치신 적도 있고...
  • 봄오크 2009/08/11 00:47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팬더래트 검색해봤다가 우연히 발견해서 오게 됐습니다.
    비록 래트는 키우진 않지만 팬더마우스를 키우고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정말 화가나는 일이네요. 능력만 되면 저런 X초딩들 집주소 알아내서 찾아간다음 어떻게 자근자근........
    은 희망사항이고ㅠ 여하튼 뱀이고 타란튤라고 지네고, 걔들 키우는 게 뭐가 그렇게 자랑인지 왜 못살게 구는거죠? 정말 이해가 되질 않네요.....보통 어린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벌써부터 생명의 귀중함을 모른 채 어른이 된다면 어떤 사람이 될지 상상도 하고 싶지 않네요;

    여하튼 정말 좋은 글귀 보고 갑니다ㅠ 아, 이 글을 제 블로그에 담아가고 싶은데요, 혹시 불편하거나 싫다 싶으시면 저에게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ㅠㅠ; 삭제조치 취할게요ㅠ
    홈피 주소는 링크해뒀구요, 메일 주소는 bomorc@naver.com 입니다/ 본문내용과 함께 주소도 링크할게요~

    그럼 좋은 하루 되시길 ㅠ_ㅠ
  • 래트 2009/08/13 18:09 # 삭제 답글

    저도 얼마 전까지 래트를 키웠었는데, 정말 기분 나쁘군요.
    뱀도 사랑하니까 키우는것까지는 이해합니다만, 자기가 이뻐하며 키운 뱀으로 뱀술 담그게 가져오라는 말 들으면 좋겠습니까? 정말이지 그런 사람들은 답답하다니까요.
    저도 뱀이나 도마뱀같은 파충류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단지 엄마의 반대가 심하여 키우지 못하는 것 뿐이지요.

    1,2주 전쯤에 제가 키우던 래트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가족들은 다 알고 있었는데, 저희 집에 자주 오시는 같은 아파트 아주머니가 그 쥐 어딨냐고 물으셔서 얼마전 죽었다고 대답했더니 쥐새끼 잘 죽었다고 그러시더군요... 정말 상처받았습니다.
    그렇게 쥐가 비위생적이었다는 건 옛날 얘기고 지금은 애완용으로 키우는 건데...
    제가 어릴 때부터 쥐과를 좋아해서 햄스터에 기니피그에 많이 키워봤거든요.

    아무리 자신이 쥐가 싫다고 해도 다른사람에게까지 강요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그냥 집에서 개나 고양이 키운다고 생각할 수는 없는 건가요?
    제가 언제는 학교에서 래트라는 애완쥐를 키운다고 말했더니 어떤 남자애들이 잔인하다 뭐 이딴소리를 지껄이더군요. 왜 그렇게 보는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애완쥐가 많이 자리를 잡았다고 하던데... 이럴때는 정말이지...휴~
  • 다라 2009/10/28 21:08 # 삭제 답글

    정말 안쓰럽네요
    핑키가 뭔지 한번 쳐보니까 먹이용으로 말고 애완용으로도 키울수 있다고 하던데..
    솔직히...뱀들도 먹고 살아야하니까 어쩔수 없는거지만..
    어떻게 애완용쥐 같은것들을 주죠 ? ㅡㅡ;
    정말 짜증나네;...
    먹이사슬이란게..정말.........ㅜ;
  • 녹현 2009/11/04 04:04 #

    사실 쥐를 먹이로 급여하는 것 자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소를 도살해서 먹는 거나 쥐를 먹이로 급여하는 것은 같은 선상에 있고요. 하지만 다른 사람이 귀엽게 여겨서 기르고 있는 동물을 뱀에게 먹여보자고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다르지요. 이 학생은 상대방이 쥐를 어떤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쥐는 뱀의 먹이가 된다는 사실에만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와 같은 갈등은 개를 먹는 사람들과 개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상당히 알려져 있어서 어느 정도 상호간의 이해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면 동물원에서는 살아있는 닭을 맹수 먹이로 급여하지만 만약 개를 급여한다고 해도 비용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가정해 봅니다. 그러나 그 경우 개를 기르거나 개에게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잡아먹히는 개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그로 인해 감정적인 고통과 분노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동물원에서는 그와 같은 선택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타협은 개를 이해하는 시선이 다른 사람들의 존재를 알고 그들의 감정을 동물원측에서 이해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저는 이와 같은 타협이 쥐를 기르는 사람들과 뱀을 기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뱀에게 산 쥐를 먹이는 것은 잔인한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라는 것, 그리고 상대방이 귀엽게 여기고 있는 애완용 쥐를 뱀에게 먹이면 딱 좋겠다고 조롱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는 것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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