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먹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관해서


트랙백 from 두 가지 실망

이런 글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닌데, 젊은 세대 가운데 집에서 키우던 개를 잡아먹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들의 글을 인터넷에서 자주 봅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마음 속에 서걱거리며 스치는 것이 있는데, 개를 먹는다는 문화가 지난 세대로부터 새로운 세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끊겨 버린 게 아닌가 하는 겁니다. 동네 어르신, 친척분들, 부모님들이 손수 개를 잡고 나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앉아 큰 쟁반에 담겨 오는 장국을 나눠먹고 여기저기서 음식을 가져다가 같이 점심을 하고 자연스럽게 반주가 돌고... 많은 젊은 분들께서 이런 것을 이해하지 못하리라는 걸 생각하면 조금 쓸쓸한 느낌도 듭니다. 대체 어디에서 연결고리가 끊겨 버린 걸까요?

또한 묘한 것은 사람들이 '씨암탉 잡아 사위를 대접하는 장모' 라든가 '주인은 반가운 손님을 맞아 닭을 잡아 대접하고' 라는 대목에 대해서는 별다른 위화감이나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면서 '직접 밥 주고 키운 개를 어떻게 목숨을 끊을 수 있는가' 라는 반응을 나타내는 부분입니다. 닭과 개를 비교하기 어렵다면 돼지는 어떤가요. 대상에 대한 정서적 거리의 차이가 그 취급에 대한 반응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실감됩니다. 고래를 식용으로 하는 것에 관한 찬반양론도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혹시 애완견을 키우면서 얻은 개인적인 경험이 강하게 관여해서 왜곡된 의견이나 시선을 만들어내는 건 아닐까요? 쥐를 키운 경험 때문에 동물 실험을 하는 의학 다큐멘터리를 보면 속이 거북해지는 저 같은 경우를 봐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전 흰 래트로 실험하는 장면을 보고 악몽도 꾸었고 혐오감 때문에 토한 적도 있거든요. 강아지에 정을 주고 기른 사람들이 개를 잡아먹는 것을 보면 제가 겪었던 것과 유사한 고통을 경험하게 되는 걸까요? 저는 개를 잡는다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고장에 살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일단 대상에게 애착을 가지게 되면 남의 개와 내 개를 구분하는 건 참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가족처럼 여기는 나의 개와, 쓰다듬으며 기르지만 잡아먹기도 하는 남의 개의 차이점을 인식하기보다는 자신과 자신의 사랑하는 반려견의 관계를 상대방의 관계에 그대로 투영합니다. 그러다 보니 개를 잡아먹는 개 주인을 보면 그저 애착을 품은 죄로 개를 사랑하는 사람은 무의식중에 감정적인 분노와 상실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죽은 것은 자신의 개가 아닌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분명히 해 두어야 할 점은,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 느끼게 되는 고통과 분노가 실존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이 감정처리에 서툴러서 발생한 일도 아니고 올바르지 못한 사상에 경도되어서 벌어지는 일도 아닙니다. 이 분노나 고통은 자연스러운 감정이지요. 그러나 의견에 감정이 듬뿍 들어가면 으레 그러듯이 상대방을 이해하거나 오해의 격차를 좁혀가는 일은 힘들어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들에게 개 키우다 잡아먹는 사람은 잔인하고 이해못할 사람이 되는 거겠지요. 그런 사람들이 그들의 친척이고 장인이나 장모일 수도 있고 직장 상사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개를 잡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어미개를 도둑맞아서 젖도 못뗀 강아지들이 차례로 죽어가 울면서 밤을 새웠다는 아주머니께서 그나마 살아남은 강아지가 다 자라자 복날 잡아서 마을 분들과 나눠 먹는 그런 마을인걸요. 그리 먼 옛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러고보니 최근 일도 아니네요. 2003년 일입니다. 올해도 아마 그 아주머니께서는 직접 잘 먹여 통통히 살찌운 개를 잡아서 바깥 분 몸보신도 시켜드리고 근처사는 친척 어르신들께도 한 냄비씩 푸짐히 돌리고 계실 겁니다. 얼어 죽은 강아지도 아깝다고 끓여 드시는 분도 있습니다. ^^; 이런 걸 보면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자기가 키운 개를 잡아먹는 사람들 잔인한 사람' 이야기는 마치 딴 나라 일이고 개를 식재료로 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여하튼 다행인지 불행인지 지금의 세상을 보면 개를 먹는 것이 비인간적인 일이라는 주장은 아직 개인적인 의견에 머물러 있고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습니다. 아마 촛불이 인터넷에 난립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교육감 장관 선거 참여가 매우 낮은 현상과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또 실감하게 되네요. 인터넷에 존재하는 많은 이야기는 대다수가 한국인의 아주 일부를 대표하는 의견일 뿐이며 많은 경우 개인의 사견에 머물러 있다는 것. 넓다고 생각했던 세상이 갑자기 좁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by 녹현 | 2008/07/31 06:08 | 이런저런 잡담 | 트랙백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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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etssyum at 2008/07/31 06:17
가축 = 반려동물 사고의 비약성은 폭력이나 다름없죠...
그 사람들이 개잡는 거 보고 끔찍하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Commented by 녹현 at 2008/07/31 06:35
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키운 개를 잡아먹었다고 추정되는 사례를 보자 실망감과 슬픔, 분노를 느낀 사례가 있지요. 이유가 없다, 라는 말로는 그들의 경험을 설명할 수도 없고 그들과 의사소통할 수도 없습니다. 많은 경우 이성이 감정에게 밀려 잘못된 주장을 하게 되지 않습니까... 양자가 이해하는 방법을 어떤 천재가 좀 제안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O<-<
Commented by 실버 at 2008/07/31 10:36
저도 개를 키운적이 있고, 그리고 개 잡는걸 옆에서 본적도 있습니다. 외갓집이 중간크기의 개를 묶어 기르다가 친척들이 오거나 여름이 되면 잡아서 보양식을 해먹곤 했었거든요. 저같이 '내 개만 손대지 않으면 상관하지 않겠어'파들도 은근 많긴 합니다.^^; 근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참 살기가 힘들더라구요. 돌아 다니는 길고양이들과 복날에 팔리는 개들, 칸쵸통에 담겨서 가지고 놀다가 아파트 난간에서 버려지는 햄스터들을 보기가 말이죠.
모든 인간을 똑같이 사랑할 수 없듯 같은 기준으로 동물을 보는게 좋을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녹현 at 2008/07/31 11:30
네. 실버님 말씀대로 나이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 무덤덤해지게 되네요. 그런데 생각대로 선을 긋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가봅니다. 감정이 사람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탓이겠지요.

두통약처럼 한 알 먹으면 마음 속에 소용돌이치는 연민이나 분노 같은 참을 수 없는 감정이 싹 사라지는 약이 있으면 좀 나을까요?
Commented by mattathias at 2008/07/31 10:52
글쎄요, 애정의 대상에게 종의 구분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군요.
중요한 점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스스로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당연시 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요즘 젊은 세대에 해당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70년대생이니까 말입니다.

개를 잡아먹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습니다. 채식주의자도 아니고요.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마음을 주었던 대상에 대해서 만큼은 책임을 질 줄 알아야죠. 대단히 상식적인 내용 아닙니까.

저야 좀 안타깝지만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핵심은 바로 그 주인의 행동에 있다는 겁니다. 세상은 인간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Commented by 녹현 at 2008/07/31 11:07
1.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다양한 것처럼 인간과 개 사이의 관계도 다양할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가족처럼 애완견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고, 쓰다듬으며 키우다가도 잡아먹을 수 있는 관계도 현실에 존재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애정을 주었던 대상을 책임지지 않는다' 라고 해석한다는 것은 제게는 핀트가 엇나간 견해처럼 느껴집니다.

2. 인간이 직접 기른 개를 잡아먹는 것은 세상이 인간만을 위해 존재한다는 증거가 아니라 좀더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Commented by mattathias at 2008/07/31 11:29
1. 애당초 잡아먹기 위해 길렀다... 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납득할 법 합니다. 여기에도 부정합 요소가 존재하긴 합니다만.
2.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요.
Commented by 녹현 at 2008/07/31 11:43
사실 한국에서 애완견과 식용견의 경계는 대단히 애매모호합니다. 애완견이었다가 식용견이 되기도 하고, 식용견이었다가 애완견이 되기도 하니까요. 심지어 가족간에 키우는 개에 관한 생각이 서로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바깥어른이 예고없이 대문간 누렁이를 홀랑 잡아자시는 경우 어린애들이 받는 충격;) 개라는 것은 원래 적당히 먹여서 키우다가 잡아먹는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 그분들께 키우던 개 잡아먹는 건 생활이고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애완견으로 길렀지만 덩치가 커져서 동네의 항의가 들어오자 개 잡아 먹자는 동네 사람들에게 팔았다던가 하는 경우는 mattathias님의 '애정의 배반' 에 적합한 예라고 생각됩니다. 저는 이런 비겁한 예를 딱 한번 봤습니다.
Commented by 개와 들깨...ㅋㅋ at 2009/06/16 04:24
개는 집에서 주인의 손을 타며 길러지는 것과, 버려진 들개로 나누어 볼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고대시대 개는 사냥용으로서 그 쓰임의 목적으로 식용은 아니었던 것이 사실인듯 합니다.
개는 이처럼 주인이 먹고 남기거나, 부스러기를 먹는정도로서 사람의 관점으로 볼때...
개를 더러운 것들을 먹는 정도로 보게 되었던것 같습니다.
또한 들개들은 굼주리거나, 사냥을 하여 먹는 다른 육식동물과는 달라..
병들고 버려진 시체의 피를 핣아먹거나, 하는 것으로서 배를 채웠던 것 같습니다.
이로 인하여 개를 더럽다고 보는 관점이 다수이죠...
또한 굼주린 개들은 인가주변을 몰래들어와 음식을 훔처먹는 동물로서 도둑질 하는 개.
악하고 더러운 상징을 가진 동물로 치부되었습니다.

개를 먹는 것에 대한 관점은 이런 것 같습니다.
오늘날.. 귀엽고, 예쁜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서 잡아먹을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분들은 소수의 일듯 하구요.

위의 설명처럼 더럽기 때문에 의학적관점에서도 대장균이나, 박테리아, 기생충이 많은... 위생에 관련하여 볼때, 더러운 동물로서 먹지말라는 쪽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먹지 말라고 하는데.. 그러나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은 먹는것 일까요?..

참고로 저도 먹습니다.

일단은 이런 관점이 있습니다. 종교적관점이 숨겨저 있습니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더러운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나 입으로 나오는 것은 더럽다고 하신 성경적
말씀에 대한 관점이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이를 해서하여 보는 분들과, 이 말씀은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은유적인 말 이다라는
논쟁이 있었지만.. 저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는 은유적쪽에 약 80%정도 믿습니다.

만약 문자적으로 본다면 똥은 먹으면 토해냅니다. 고로 더러운 것 이라고 하겠죠.
그런데 누구가가 똥을 먹었습니다. 그럼 더러운 것이 아니겠죠..
곧 사람마다 비유가 약하다. 강하다. 차이일듯 합니다.

이처럼 개고기또한 먹으면 맛도 좋구요, 육질도 좋습니다. 약간의 그으름냄새를 된장이 잡아주고요.
깨묵으로 고소하고, 맛깔스럽게만든답니다.
구지 먹어보지도 안았던 사람들이 혐오적관점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것 같습니다.

다른 관점중 하나는 하나님께서 만든 세상의 어떠한 것도 더럽게 볼수 없다는관점입니다.
곧 다시풀어 말하자면, 님들이 무언가를 만들었습니다. 아무리 남들이 뭐라고 하여도, 내 것이 최고 좋고,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과 같다는 것입니다.
고로 하나님께서 만들어낸 유기체로서 그 존재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말 하고 있는 것 입니다.

하나님의 관점은 아마도 모르겠지만 더러운동물이 아닐 것 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더럽게 보는 관점이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듯 합니다.
식용으로서의 가치를 무시할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작년까지는 저 역시 먹었던 사람이구요..
올해는 좀 먹지 말자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의 차이때문에 생기는 논쟁을 설득하기란 힘들겠죠...^^

저희집도 개를 식용으로 기르지만.. ㅋㅋ
사료값도들어가고, 개똥도 약에 쓴다더니.. 약은 거녕 더럽고, 무엇보다 개털이 수푹하게... 윽
더러워서 요번 복날에 마저 잡아먹고 그만 기를까 합니다. ㅋㅋ

개 많이 사랑해 주세요.. 개도 많이 번성해야지.. 부모자식도 없는 개 빠굴.. 토끼도 그런다던데..
아무튼 생각없는 동물들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부정한 동물로 보시고...
잡아 먹으라고 하실듯..ㅋㅋㅋ
Commented by 녹현 at 2009/06/16 05:41
사람 사회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 동물들이 생각없는 동물, 부정한 동물일 리가 있겠습니까. 모든 생명은 스스로의 방법론으로 생존과 번영을 위해 노력해 왔고 사람은 거대한 생명의 나무의 한 가지에 지나지 않습니다. 동물들의 풍속이 사람과 다르다고 해서 얕보거나 부정하다고 여기는 것은 너무 편협한 생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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