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더마우스의 싸움에 대해서 - 홈게임(Home Game) by 녹현

*이 글은 펫 마우스의 싸움을 다루고 있으며 이 글에서 '쥐'는 마우스를 의미합니다. 쥐의 종류에 따라 습성이 서로 다를 수 있으므로 이 글의 내용을 모든 쥐에 관한 것으로 오해하지 말아주세요. 예로 랫은 수컷끼리 친밀하게 사귀므로 수컷 두 마리를 사육하면 먹이 반응도 좋아지고 좀더 활달해지기 때문에 수컷 룸메이트는 오히려 권장됩니다.

*이 글의 목적은 쥐 주인들이 애완동물로서 팬더마우스를 보다 잘 이해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생태에 관한 지식이 빈곤한 상태에서 케이지 하나에 한 가족을 무리하게 사육한 결과 수컷끼리의 싸움이 심해져 부상병 또는 시체를 양산하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자해, 심한 공격성 등의 이상현상을 보이는 쥐들을 오히려 비난하며 '쥐 키워 봤는데 눈 뜯어먹고 죽이고 너무 잔인해서 못 키우겠던데요 ㄷㄷ' 하는 말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더이상 없기를 바라며 썼습니다.

*이 글은 2003. 4 -2008. 4까지 13마리의 팬더마우스를 기르는 과정에서 수집한 펫 마우스 사육정보와 실제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팬더마우스의 싸움에 대해서  ~홈게임(Home Game)~

written by 녹현(saysin@gmail.com)

사람 손에 길러지는 팬더마우스가 싸우는 것은 대부분 다음 두 경우 중 하나입니다.

   1) 집주인이 침입자를 맞아 벌이는 영역방어전(Home Game)
   2) 가장 결정전(Lastman Standing Match)

그 중 첫번째 경우에 대해 말해 보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의인화해서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과 동물의 입장은 다르기 마련이라, 주인이 '자 이애는 새 친구다. 이제부터 같이 사이좋게 살아라~' 하고 새 쥐를 덥석 넣어주는 경우 기존에 살고있던 쥐들이 주인의 의도를 이해할리 만무합니다. 주인은 룸메이트라고 넣어줬을지 몰라도 기존 거주자들에게 있어서 새로운 쥐는 침입자입니다.

마우스는 영역의식이 매우 강한 동물입니다.

냄새 등의 기척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뉴페이스. 주인이 보기에는 '호기심으로 두근거리며 다가가...'로 보일지 몰라도 쥐의 입장에서는 낯선 상대에 대해 호의보다는 적의가 앞섭니다. 바짝 경계하고 다가가서는 '어서 우리땅에서 꺼져!' 하며 쥐어 팹니다.여러마리인 경우 자연스럽게 집단구타로 이어집니다.
 
자, 그럼 난데없이 남의 땅에 뚝 떨어진 가엾은 신참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살면서 냄새 뭍혀 놓은 자기 영역은 난데없이 사라지고 갑자기 낯선 땅에 떨어져서 정신이 없습니다. 일단 도망가려 시도하지만 좁은 케이지 안에 어디 몸 뺄 곳이 있겠습니까. 필사적으로 뛰어오르고, 미친듯이 달리다 벽에 부딪치고, 사방을 굴러다니며 걸릴 때마다 두들겨 맞습니다. 앞발로 몇대 맞는 거야 뭐 따끔하고 말겠지만 운이 없으면 발가락이 잘리거나 꼬리에 날카로운 앞니로 한칼 먹기도 합니다. 이런 싸움에는 남녀노소도 없습니다. 늙은 암컷이나 서열이 낮은 암컷들은 평소에 호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침입자가 나타났을 때만은 예외로 이들도 싸움에 참가합니다. 신참이나 기존 멤버들이나 양자 모두 필사적입니다.

홈 게임이라고 이름을 붙였듯이 이 싸움에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작용하기 때문에 기존멤버가 이길 확률이 높습니다. 기존 쥐들은 대단히 호전적이 되고, 상대적으로 남의 땅(우리 눈에는 안 보이지만 쥐들 코에 의하면 뚜렷한 영역표시가 되어 있다고 합니다)에 발을 디딘 신참은 기가 죽습니다. 자기가 오고 싶어 온 것도 아니고 사람이 강제로 옮겨 놓은 것이니 신참의 입장에서는 자기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겠지만 쥐는 케이지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요.

길게는 이 치열한 상태가 몇주나 가는데 그 과정에서 쥐의 몸에는 혈투의 흔적이 남게 됩니다. 잘린 발가락, 상처로 인해 Z자로 비뚤어진 꼬리, 뜯겨서 크기가 1/2로 줄어든 귀 등등. 특히 꼬리의 상처는 문제가 되는데 상처가 심해져서 꼬리가 반동강이 나는 경우도 흔합니다. 사람 상처도 곪는데 쥐 상처라고 안 곪으랴. 부상에 시달리는 과정에서 쥐는 열이 오르고 건강을 잃고 식사량도 줄며 털이 거칠어집니다. 기존의 쾌활한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떠돌이 신참은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며 대부분의 시간을 숨어 있거나 두들겨 맞다가 도망치는 데 소모하게 됩니다.

케이지 안에 핏자국이 얼룩덜룩하고 분위기가 이 모냥이면 쥐들이 사이좋게 지내길 바랐던 주인은 무척 속상하겠죠.

그럼 이렇게 쥐를 다치게 하지 않고 합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집주인 vs 침입자' 의 구도를 바꿔 주기만 해도 도움이 됩니다. 한 마리가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는 곳에 신참을 풀어넣지 말고, 둘다 낯선 땅에서 만나게 하는 거죠. 둘다 해당 영역에 첫발을 디디는 입장에서 만나는 경우 부상을 입을 확률은 크게 줄어듭니다. 간단히 말하면 케이지를 물로 빡빡 씻어 영역표시를 다 지운 후에 새 베딩을 깔고 기존 쥐들과 신참을 풀어 넣으면 됩니다. 이 경우 기존 멤버가 호전적으로 돌변할 염려가 적습니다.

또한 케이지 내부에 숨을 곳을 많이 만들어 주기만 해도 유혈사태는 어느 정도 예방됩니다. 쥐의 싸움은 이빨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주먹(앞발)을 많이 사용하며 일단 승부가 난 경우 패자는 즉시 도주하므로 그때 분리해 주면 큰 상처는 잘 생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승부가 난 후 달아난 패자를 분리해 주지 않았을 경우 승자는 그를 발견하고 자신의 영역에서 좇아내기 위해 집요하게 추적해 공격을 가합니다. 패자는 달아나려 하지만 달아날 곳이 없습니다. 그 와중에서 기운이 빠진 패자는 치명적인 일격을 허용하게 되어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쥐는 영역의식이 강하고 집단을 이루어 사는 동물이므로 다 큰 놈들의 합사는 위험이 따르는 일입니다. 새로운 집단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싸움이 벌어져 쥐가 불구가 될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합니다. 어릴 때부터 같이 키우지 않은 이상 무혈입성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지요.

다음은 라스트맨 스탠딩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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